133일 만에 타점이 결승타…격한 물벼락 맞은 키움 이형종
"재활만 8년, 사람 약해지더라…팀 어려운 사정에 책임감 느껴"
[촬영 이대호]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 베테랑 이형종(35)의 방송 인터뷰가 끝나자 물병을 든 후배들이 기다렸다는 듯 달려들었다.
이형종은 웃으면서 후배들이 뿌리는 물을 마치 성수(聖水)가 쏟아지는 것처럼 행복하게 맞았다.
짓궂은 후배 한 명이 바지 허리춤에 물병을 꽂고 도망갔어도, 그는 웃는 얼굴로 그 순간을 즐겼다.
이형종은 2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LG 트윈스전에서 4-4로 맞선 8회말 2사 만루에서 결승 2타점 적시타를 쳤다.
이 안타로 키움은 LG에 6-4로 승리하고 주말 3연전을 위닝 시리즈(3연전 가운데 최소 2승)로 마쳤다.
이형종은 "이거(물벼락) 한 번도 안 받아봐서 받아보고 싶었는데 (후배들이) 해주더라"며 웃었다.
이형종의 적시타는 LG 김진성의 직구를 노려서 만든 한 방이었다.
결승타에 세리머니 하는 이형종[키움 히어로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초구 직구를 그대로 보낸 그는 2구째 다시 직구가 들어오자 3루수와 유격수 사이를 빠져나가는 2타점 적시타를 쳤다.
이형종은 "(김진성 선수가) 포크볼을 많이 던져서 그걸 노렸다. 근데 초구에 직구가 들어와서 당황했다"면서 "원래 노림수로 치는 스타일 아니라 아쉬웠다. 2구는 직구 타이밍에 준비하고, 포크볼 와서 헛스윙해도 2스트라이크 되는 거니까 직구 놓치지 말자고 생각했는데 운 좋게 직구가 왔다"고 수 싸움을 설명했다.
이형종은 시즌 초반 한때 3할대 중반을 넘는 타율과 숱한 타점을 앞세워 팀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선수로 활약했다.
그러나 자기 파울 타구에 맞고 다쳐 전열에서 이탈했고, 7월 초 복귀한 뒤에는 심각한 타격 부진을 겪었다.
7월 타율은 0.043(23타수 1안타)이었고, 지난달 25일 1군에서 말소된 이후 2군에 있다가 22일에 복귀했다.
더그아웃을 바라보며 활짝 웃는 이형종[키움 히어로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형종은 "시즌 초 준비도 잘했고, 팀 성적도 괜찮았다. 그런데 부상이 왔다. 프로 선수 생활하면서 재활만 8년 한 것 같다. 사람이 약해지더라"며 "복귀할 때 되니까 팀이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어려운 사정에 책임도 느끼고, 여러 생각에 마음이 복잡했다"고 말했다.
이어 "2군에 내려간 뒤 편하게 마음먹으려고 노력했다. 오히려 (1군에서 제외해줘서) 감독님, 코치님께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이형종이 타점을 마지막으로 냈던 건 시즌 초반인 4월 14일 롯데 자이언츠전이었다.
무려 133일 만에 타점을 수확한 그는 "다치기 전에는 안타 개수에 비해서 타점이 괜찮았다. 이렇게 안 풀릴 수도 있다는 걸 알았다. 올 시즌 새로운 경험을 한다"고 덤덤하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