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공들여 키운 1차지명 포수 뺏기고, 다시 1R 포수…언제 키울까
LG 트윈스가 8년 만에 신인 드래프트에서 첫 번째 지명 선수로 포수 자원을 찍었다. 앞서 7년 전 1차지명으로 영입한 포수를 어이없는 일처리로 뺏긴 LG는 다시 시간을 공들여 1라운드 포수를 성장시켜야 한다.
LG는 15일 열린 2023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로 포수 김범석(경남고)을 지명했다. 포수 유망주가 절실한 7순위인 LG가 고교 톱클래스 포수를 지명할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 따랐다. 8년 만에 1라운드 포수 영입이다.
2015년 1차지명 당시 LG는 포수 김재성(당시 덕수고)을 지명했다. 그런데 지금 김재성은 LG가 아닌 삼성 유니폼을 입고 뛰고 있다.
지난 겨울, LG는 삼성에서 FA 자격을 얻은 박해민을 영입(4년 60억원)을 하면서 삼성에 건넨 보호선수 명단에서 김재성을 포함시키지 않았다. 삼성에 이미 강민호, 김태군 등 포수 자원이 있어서 포수 포지션은 뽑지 않으리라는 안일한 생각은 뼈아픈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삼성은, LG의 생각과는 달리, 포지션에 관계없이 기량과 장래성이 높은 김재성을 보상선수로 지명했다. LG에 날벼락이었다.
LG는 지난 겨울 베테랑 백업 이성우가 은퇴했고, 올해 김재성이 백업, 2번째 포수가 될 처지였다. 김재성의 유출로 주전 유강남을 받쳐줄 백업이 너무나 약해졌다. 결국 포수 뎁스 보강을 위해서 FA 허도환을 2년 4억원 계약으로 영입해야 했다.
허도환이 백업으로 능력은 있다. 그러나 앞으로 많은 시즌을 뛰기는 힘들다. LG는 1~2년 후에 다시 포수 고민을 해야 한다. 올 겨울 FA가 되는 유강남을 붙잡는다고 해도 백업 자리는 계속되는 숙제다.
7년간 애지중지 키워서 이제 빛을 보려던 김재성을 잃는 것은 두고두고 아쉽다. 김재성은 삼성 이적 후 강민호, 김태군이 있기에 출장 기회는 적지만 타율 3할3푼5리(161타수 54안타) 3홈런 26타점으로 쏠쏠하게 활약하고 있다.
LG가 1라운드로 찍은 김범석은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우타자로 거포다. 올해 고교 대회 24경기에서 타율 3할4푼2리 9홈런 30타점을 기록했다. 홈런 9개에서 장타력을 알 수 있다.
U-18 대표팀에 발탁돼 미국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서도 좋은 활약을 하고 있다. LG 포수 유강남은 지난 15일 김범석에 대해 질문하자 “지금 국제대회에서 치는 것을 영상으로 봤는데, 타격 능력이 좋아 보인다. 보면 안다. 방망이 치는 것이 다르더라. (또래 고교 선수들과) 레벨이 다르다”고 칭찬했다.
그러나 수비는 다르다. 유강남은 “수비는 프로에 와서 많이 경험하고 배워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자신이 프로에 와서 걸어온 길이 수많은 훈련과 끊임없는 노력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김범석은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에서 주로 지명타자로 출장하고 있다. 포수로는 김동헌(충암고, 키움 지명)이 안방을 지키고 있다. 김범석을 타격에 더 치중하라는 의미도 있지만, 수비 능력에선 김범석이 우선 순위가 아닌 것.
1차지명으로 뽑는다고 무조건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포수 포지션은 더욱 어렵다. 투수는 150km 빠른 볼이 있다면 포수의 리드를 받으며 짧은 이닝 불펜으로라도 던질 수 있다.
그러나 포수는 투수를 리드해야 하고, 다른 팀의 타자들의 성향도 분석해야 한다. 도루 저지, 주자의 움직임 등까지 그라운드 내에서 챙겨야 할 것이 많다. 프로에 입단해 단번에 자리잡기 어려운 이유다.
몇 년을 2군에서 경험을 쌓는 과정이 필요하다. 잠재력, 센스, 타고난 능력이 뛰어나다면 그 시간을 조금 단축할 수 있을 것이다. 재능이 좋은 포수를 영입했다. 이제 공들여 뛰어난 포수로 성장시키는 과정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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