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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만든 '4년 연속 가을야구' 팀인데…'구'단주 극성에 도로 LG 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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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야 KBO 역대 최다우승 2위(8차례)에 빛나는 명문이지만, 한때 삼성 라이온즈도 한국시리즈 우승에 목마른 시절이 있었다. 삼성은 1982년 원년부터 2001년까지 20년간 한 번도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모기업은 국내 최고이자 세계 일류를 지향하는데 야구단은 만년 2등에 머물렀다. 기업 경영에선 투자하면 투자한 만큼 결과가 나오는데, 야구는 꼭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았다. 라이벌 현대가 창단하자마자 돈으로 선수를 사모으고 우승을 차지하는 것도 견디기 어려웠다.


결국 삼성은 감독들의 무덤이 되고 말았다. 초보 감독부터 백전노장까지 온갖 감독이 삼성 사령탑을 거쳐 갔고 실패한 감독으로 남았다. 역대 최다우승 사령탑 김응용조차 부임 첫해에는 두산에 '업셋'을 당해 준우승에 그쳤다. 삼성의 우승 숙원은 2002년에서야 겨우겨우, 어렵게 해소됐다.


어렵게 다시 강팀 된 LG, 4년 연속 가을야구 성과…윗분 개입에 도로 LG 되나



구본능 LG 구단주 대행(사진=스포츠춘추 DB)



당시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의 상대 팀이 바로 LG 트윈스다. 2002년은 LG가 마지막으로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은 시즌이다. 이후 올해까지 20년째 LG는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지 못하고 있다. 한국시리즈 우승은 1994년이 마지막이다. LG도 삼성만큼 우승에 목말랐고, 수많은 감독이 LG 사령탑에 앉았다가 쫓겨났다.


LG는 구단주와 오너 일가의 야구 사랑이 각별하다 못해 유별난 것으로 유명하다. 그런데 그 사랑이 종종 도를 지나쳐 문제가 됐다. 야구를 좋아하고 스스로 잘 안다고 착각하는 윗분들이 야구단 운영에 콩팔칠팔 간섭하고 훈수를 뒀다. 높은 분들의 변덕 따라 이랬다 저랬다 하느라 구단 시스템은 엉망이 됐다.


재능있는 선수가 LG에선 죽 쑤다 다른 팀에 가서 스타로 발돋움하는 징크스도 생겼다. 박병호가 넥센으로 트레이드되기 전까지 LG의 수많은 야구 박사님들이 하셨던 말씀은 지금 생각하면 웃음벨이 다로 없다. 감독이 조금만 허점을 보이면 그룹, 구단 내부, 코치진, 선수단에서 흔들어대니 감독의 권위가 서지 않았다. LG가 2002년 이후 10년 넘게 기나긴 암흑기를 경험한 이유다.


그랬던 LG가 다시 어렵게 강팀이 됐다. 공교롭게도 LG 야구가 살아난 시기는 고위층의 야구단에 대한 간섭이 다소 시들해진 시기와 겹친다. 쓸데없는 개입과 야구 박사들이 물러가고 구단이 일관된 방향성을 갖고 움직이니 조금씩 팀이 탄탄해졌다.


베테랑과 유망주, 투타 조화 속에 두터운 전력을 구축한 LG는 2019년부터 올해까지 4시즌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성과를 냈다. 4년 연속 가을야구는 LG 구단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신바람 야구' 시절인 1990년대에도 연속 가을야구는 3년에 그쳤다. 정규시즌 87승으로 구단 역사상 최다승 기록도 세웠다.


LG 레전드 출신 한 해설위원은 "방귀라도 계속 뀌어야 변이 나온다"고 비유했다. 우승 숙원을 푸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꾸준히 포스트시즌에 올라가는 강팀을 만드는 것이다. 계속 가을야구를 하다 보면 언젠가 한번은 우승 기회가 온다.


삼성도 1994~1996 암흑기를 경험한 뒤 1997년 가을야구에 복귀, 6년 만인 2002년에 우승을 이뤘다. 두산은 2001년과 2015년 우승 사이에 네 차례 준우승 아픔을 맛봐야 했다. 지금처럼 조금만 더 하면 LG 우승 꿈을 현실로 만들 수 있다. 다시 옛날의 그 LG로 돌아가지만 않으면 된다.


그런 면에서 최근 LG를 둘러싸고 들리는 여러 흉흉한 소문은 불길하다. 포스트시즌이 끝나고 닷새가 지났지만 아직 LG는 내년 사령탑을 공식화하지 않았다. 구단에서는 류지현 감독 재신임과 외부 영입 등 몇 가지 선택지를 담은 최종 보고서를 모기업에 제출한 상태다. 최종 결정은 구본능 구단주 대행이 한다.


구단 내부 분위기는 '폭풍전야'다. 한 LG 관계자는 "다들 숨죽이는 분위기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몰라 기다리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자칫 어렵게 구축한 구단 시스템이 다시 엉망이 되는 건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다.


여러 야구계 인사는 "구본능 대행이 이번 포스트시즌 결과에 크게 언짢아했다고 들었다"고 했다. 심지어 '극대노' 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좋지 않은 신호다. 야구를 좋아하고 스스로 잘 안다고 착각하는 윗분의 분노가 야구단을 좋은 곳으로 이끄는 경우는 KBO리그 역사상 한번도 없었다. 멀쩡한 대표이사를 제쳐놓고 직접 이사회까지 참석해 KBO와 타 구단 이사들을 당혹하게 만든 극성 구단주라면 더 그렇다.


불안한 감독 입지 자초한 LG 구단, 방향성 벗어나지 않는 합리적 판단 내려야



한국야구와 KBO리그 흥행을 강조하는 차명석 단장(사진=스포츠춘추 DB)



물론 감독을 바꾸는 건 구단의 권한이고 선택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단기전에 능한 감독이 몇이나 있는지 의문이다.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작두 탄 운영을 보여준 홍원기 키움 감독은 자신의 10번째 가을야구 경기를 앞두고 "학습 효과 덕분"이라고 말했다. 류지현 감독은 7경기를 경험했을 뿐이다.


큰 경기를 앞둔 감독의 입지를 불안하게 만들고 부담을 가중한 건 LG 구단이다. 애초부터 2년 계약으로 불안하게 시작한 신분이었다. 정규시즌 구단 역사상 최다승 성과에도 재계약 선물은 없었다. 우승 못하면 재계약을 안 할 수도 있다는 압박이었다.


LG는 외국인타자 없이 가을야구를 치렀다. 전적으로 구단 책임이다. 아담 플럿코가 '제2의 갈베스'가 된 것도 온전히 현장 책임이라고만 하기 어렵다. 류 감독이 단기전에서 내린 몇몇 선택을 비판할 순 있지만, 감독이 단기전을 잘 치를 수 있는 조건을 제공했는지는 의문이 남는다.


중요한 건 감독을 바꾸든 유임하든, 구단이 추구하는 방향성에서 벗어나지 않는 합리적 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구단주의 '분노'나 개인적 친분, 특정 대학교 학맥에 따라 감독 인사를 하면 LG는 다시 2000년대 암흑기로 돌아갈 것이다.


지금 LG에 필요한 건 내년에도 가을야구에 올라가는 팀, 정규시즌 1위를 하는 야구단을 만드는 것이다. 구단주의 관심은 말 그대로 '관심' 수준일 때가 가장 좋다. 특히 그 구단주가 '구'씨일 경우에는 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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