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평창 알펜시아리조트 공개 매각 입찰담합 사건으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받고 있는 KH강원개발이 ‘리니언시’(자진 신고자 감면)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니언시는 담합한 사업자가 이를 입증할 증거를 자진 제출하고, 과징금 등을 감면 받는 제도다. 공정위는 KH강원개발의 리니언시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번 담합이 사실상 같은 그룹 내 계열사끼리 담합한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공정위가 리니언시를 인정할 경우 사실상 면죄부를 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KH강원개발은 알펜시아리조트 입찰담합 사건과 관련해 최근 공정위에 리니언시를 요청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알펜시아리조트 입찰 과정에서 담합 정황을 포착하고 조사를 진행 중이다. 1조6000억원이 투입된 알펜시아리조트는 부채가 쌓이면서 수차례 매각 절차가 진행됐다. 최초 감정가는 1조원이었지만 2020년 첫 공개매각 당시에는 20%가 절감된 8000억원으로 공개입찰 됐다. 이후 네 차례 입찰이 무산되며 결국 총 건립비의 절반도 안되는 7100억원에 KH그룹에 인수됐다. 이 과정에서 지역 내 시민단체 등은 매각자인 강원도와 KH그룹 간 유착 의혹 등을 제기하며 공정위 조사와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가장 큰 문제는 당시 입찰에 참여한 업체 두 곳 모두 KH그룹 계열사라는 점이다. 낙찰받은 KH강원개발 외에 한 곳은 알펜시아리조트 매각 5차 입찰공고가 난 직후 KH그룹이 설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박천수 강원도 기획조정실장은 강원도의회에서 “KH 관련사 두 곳이 입찰에 참여하는 게 맞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알고 있다”고 답했다.

공정위는 단독 입찰로 인한 유찰을 막기 위해 그룹 차원에서 입찰에 참여했는지, 낙찰 가격을 사전에 합의해 낮췄는지 등을 조사 중이다. 공정위 조사가 늦어지면서 강원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지난달 18일 알펜시아리조트 매각과 관련해 강원도청과 KH그룹을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당초 경찰은 공정위 조사 결과를 보고 수사를 개시할 예정이었지만, 시일이 소요되자 사건 종결을 위해 압수수색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공정위는 KH강원개발이 요청한 리니언시를 인정할지 고심하고 있다. 은밀하게 이뤄지는 담합 사건은 리니언시에 의한 자료 제출이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3개 이상 업체의 담합 사건에서 가장 먼저 리니언시를 요청하고 조사에 협조한 업체는 과징금 100%를 감면받고, 검찰 고발도 면제된다. 두 번째 리니언시 업체는 과징금 50% 감면과 검찰 고발 면제를 적용한다.

다만 알펜시아리조트 사건처럼 담합 업체가 2곳일 경우 리니언시 대상 기업은 1곳으로 제한된다. 만일 리니언시를 인정하면 KH강원개발은 과징금과 검찰 고발을 모두 면하게 된다. 사실상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계열사끼리 담합한 사건까지 리니언시를 인정할 경우 사실상 면죄부를 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 공정거래 사건 전문가는 “리니언시 제도는 담합 사건 해결을 위한 긍정적인 장치로 볼 수 있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라면 리니언시가 아니라 입찰 방해 또는 무효에 해당하는지가 우선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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