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대표 사찰인 기장군의 해동용궁사가 제트 스키 출몰에 몸살을 앓고 있다. 제트 스키의 굉음과 아찔한 운행 탓에 사찰의 승려, 직원뿐만 아니라 관광객까지 눈살을 찌푸렸다. 해경이 신고받고 현장에 출동하고는 있지만 애매한 단속 근거와 신출귀몰한 제트 스키 탓에 제대로 된 단속을 못 하는 실정이다.

5일 낮 12시30분 해동용궁사 앞바다. 울산에서 부산 방향으로 제트 스키 1대가 굉음을 내며 접근했다. 이를 본 사찰 직원은 익숙한 듯 혀를 내둘렀다. 수십 명의 관광객의 이목도 제트 스키에 집중됐다. 관광객 김모(50대) 씨도 “사진을 찍다가 굉음이나 쳐다보니 제트 스키가 있어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2시간 뒤 이번에는 3대의 제트 스키가 해동용궁사 앞으로 몰려와 10분간 머물다가 떠났다. 굉음을 내며 곡예 운전을 하는 모습을 본 관광객 이모(60대) 씨는 “구명조끼를 입었는지 여부는 모르겠지만 저러다 바다에 빠지면 어쩌냐”고 말했다.

해동용궁사 측은 날씨가 따뜻해지자 매일 한 두차례 제트 스키가 나타나 소란을 피워 난감함을 토로했다. 예불이나 49재를 치를 때도 굉음을 내거나 큰 소리로 음악을 틀어 종교 활동마저 방해하고 있다며 애로를 호소했다. 해동용궁사 주지인 연규 스님은 “오늘은 점잖게 있다가 떠났는데, 어떤 날에는 10여 대의 제트 스키가 한꺼번에 나타나 당황하기도 했다”며 “10차례 넘게 신고해도 바뀌지 않고 있다. 오는 8일 부처님 오신 날 행사 때도 나타날까 봐 우려된다”고 말했다.

제트 스키, 고속 보트 등 수상레저 단속(무면허, 구명조끼 미착용, 안전검사 미실시, 운항법규 미준수 등) 건수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남해해양경찰청의 수상레저 단속실적은 2017년 189건에서 지난해 215건을 기록했다.

금방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제트 스키의 특성 탓에 실제 단속은 더 어렵다. 부산에서 수상레저를 즐기는 한 동호인은 “바다에서는 단속이 떠도 금방 달아나 단속이 힘들다”며 “제트 스키는 계류장 말고도 차량으로 이동시켜 바다가 있는 곳이면 띄울 수 있어 추적도 어렵다”고 말했다.

부산해경과 울산해경을 관할하는 남해해양경찰청은 해동용궁사의 경우 단속 근거도 애매해 단속이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수상레저안전법에 따라 수상레저 활동자는 굉음을 발생시켜 놀라게 하는 행위 등을 하지 못하게 돼 있지만 대부분 해수욕장에서만 해당한다. 해경 관계자는 “해동용궁사 앞바다가 수상레저활동 금지구역도 아니고, 해안으로부터 좀 떨어져 있어 굉음에 놀랐다고 단속하기는 애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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