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쇼핑, 온라인 그로서리에 1조원 투자…英 오카도와 '맞손'
롯데쇼핑이 온라인 그로서리 주문 및 배송 전 과정을 다루는 통합 솔루션 ‘오카도 스마트 플랫폼(OSP)’을 도입하며 온라인 그로서리 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에 본격 나섰다.
롯데쇼핑(023530)은 영국의 글로벌 리테일테크 기업 ‘오카도(Ocado)’와 온라인 그로서리 비즈니스(e-Grocery) 관련 협력을 위한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다고 1일 밝혔다.
롯데 유통군은 앞서 지난 7월 ‘고객의 첫 번째 쇼핑 목적지’라는 뉴 비전을 수립하고, 기존의 유통 채널별 포트폴리오 관리에서 벗어나 고객 관점의 '라이프스타일'ㆍ'그로서리'라는 두 가지 키워드 아래 연관 사업 간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더 나은 고객 경험을 창출해 나간다는 계획을 세운 바 있다.
이 같은 계획의 일환으로, 이번 오카도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국내 온라인 그로서리 시장 공략과 동시에, 통합 소싱에 기반한 신선식품 경쟁력 강화에 나서며 고객들이 가장 믿고 즐길 수 있는 ‘그로서리 1번지’가 되겠다는 목표다.
2000년 골드만삭스 출신 3인이 설립한 오카도는 영국에서 매장 없는 온라인 슈퍼마켓 업체로 시작해 온라인 배송 자동화 시스템을 개발하며 20여년 만에 세계 최고 수준의 온라인 유통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2010년 런던 증권거래소에 상장했으며, 지난해 기준 매출액 24억9900만파운드(약 4조원)를 시현했다.
최근에는 이러한 성공을 기반으로 수요 예측부터 자동화 물류센터에서의 피킹과 패킹, 배송 및 배차에 이르는 온라인 그로서리 주문ㆍ배송 전 과정을 다루는 엔드 투 엔드(end to end) 통합 솔루션 ‘오카도 스마트 플랫폼(OSP)’ 사업을 진행하며, 기술 선도적인 소프트웨어 및 로보틱스 플랫폼 기업으로 거듭났다.
OSP는 첨단기술을 집약한 CFC(Customer Fulfillment Centre)를 바탕으로 자체 개발한 로봇ㆍAIㆍ빅데이터 등을 활용해 유통업체들이 신속하고 정확한 배송을 가장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돕는다.
오카도 CFC의 핵심은 제품을 보관하고 있는 바둑판 모양의 격자형 레일 디자인과 피킹 및 패킹을 담담당하는 로봇들이다. 벌집 매트릭스(Hive)처럼 보이는 CFC 위를 오카도의 독점 디자인으로 만들어진 로봇들이 자유롭게 이동하며 제품을 피킹 및 패킹한다. 하이브에는 4만5000개 이상의 품목을 저장할 수 있으며, 몇 분 내에 50개 품목 이상의 피킹이 가능하다.
이를 기반으로, OSP는 철저한 수요 예측 및 재고 관리를 통해 낮은 식품 폐기율과 높은 배송 정확도를 자랑한다. 미래에셋증권 리포트에 따르면, 오카도의 식품 폐기율은 0.4% 수준으로, 국내 대형마트(3%) 및 슈퍼(4%)에 비해 현저히 낮다.
이에, 영국 모리슨(Morrisons)은 물론, 미국 크로거(Kroger), 캐나다 소베이(Sobeys), 호주 콜스(Coles), 일본 이온(Aeon), 프랑스 카지노(Casino), 스페인 봉프레(Bon Breu)와 알캄포(Alcampo) 등 대형 글로벌 유통업체들이 오카도와 파트너십을 맺고 해당 솔루션을 도입했다.
롯데쇼핑은 이번 파트너십 체결을 통해 오카도와 함께 2025년 첫 번째 CFC를 시작으로 2030년까지 6개의 CFC를 오픈하고, 2032년 국내 온라인 그로서리 시장에서 5조원의 매출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또 개인의 구매 이력 및 성향에 기반한 개인화 마케팅이 가능한 별도의 플랫폼도 론칭할 예정이다.
롯데쇼핑은 OSP 도입으로 상품 변질·품절, 상품 누락, 오배송, 지연배송 등 국내 소비자들이 온라인 장보기에서 일상적으로 경험해오던 불편함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빅데이터에 기반한 고객 맞춤형 온라인 쇼핑 환경을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카도만의 기술이 집약된 CFC를 통해 적재 가능한 상품 종류가 기존 대비 2배 이상으로 증가해 고객들은 기존보다 한층 다양한 상품들을 한번에 주문하고 결품이나 누락없이 받아볼 수 있게 된다. 또 매일 1시간 간격으로 33번의 배차가 이뤄짐에 따라 고객들은 원하는 시간을 구체적으로 지정하고 지연없이 주문 물품을 받을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실제, 오카도가 영국에서 운영하고 있는 온라인 슈퍼마켓은 정시 배송 및 장바구니 정확도가 97% 이상이다. 오카도와 파트너십을 맺고 OSP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는 캐나다의 소베이(Sobeys)의 경우 역시 정시 배송 및 장바구니 정확도가 98%에 달한다.
롯데쇼핑은 오카도의 OSP 도입 및 운영을 위해 2030년까지 1조원 규모를 투자할 계획이다. 롯데쇼핑은 CFC 부지 및 건축 비용, OSP 이용 수수료 등을 지불하게 되며, 오카도는 CFC 내 자동화 풀필먼트를 위한 로봇, 그리드 등의 하드웨어와 운영 소프트웨어를 제공하고 이에 대한 유지 보수도 지속적으로 담당하게 된다. 또 오카도는 밀집된 도시 지역에서 배송이 이뤄져야 하는 한국 온라인 그로서리 시장의 특성에 맞춰, 추가 기술 개발을 통해 OSP가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2021년 기준 국내 그로서리 시장은 135조원 규모이며, 온라인 침투율은 약 25%로 다른 상품군에 비해 아직까지 낮은 수준이다. 전통적으로 그로서리는 온라인 침투율이 가장 낮은 분야였으나, 유통업체들의 공급망 강화 및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전 세계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온라인 구매의 편의성을 경험한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코로나 종식 이후에도 온라인 그로서리 사업은 지속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롯데쇼핑은 높은 성장 가능성을 지닌 온라인 그로서리 사업에 선제적으로 투자를 진행함으로써, 한단계 높은 고객 경험을 제공하는 온라인 그로서리 시장의 게임 체인저가 되겠다는 계획이다. 또 그로서리는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을 가장 잘 드러내는 상품군인만큼, 해당 시장의 선점은 곧 온ㆍ오프라인 유통시장에서의 영향력 확보와도 연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같은 기대감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직접 이날 체결식에 참석한 것에서도 드러난다. 신 회장은 롯데와 오카도 간의 협력이 상호 성장의 기회가 되길 바란다는 뜻을 밝혔다.
팀 슈타이너 오카도그룹 CEO는 “이번 롯데와 오카도의 파트너십은 전 세계에서 가장 성숙한 이커머스 시장에 가장 혁신적인 기술을 도입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롯데가 오카도와 함께 혁신적인 글로벌 리테일 유통업체로 나아가게 되어 기쁘다”고 말했다.
루크 젠슨 오카도 솔루션 CEO는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다이나믹하고 발전된 이커머스 시장”이라며, “한국 그로서리 시장의 강자이자 온라인 그로서리 시장에서의 영향력도 획기적으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는 롯데와 함께 한국 고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하루 빨리 선보이고 싶다”고 밝혔다.
롯데 유통군 총괄대표인 김상현 부회장은 “전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 중 하나인 오카도와 손잡고 고객들에게 새로운 온라인 쇼핑 경험을 제공할 수 있게 되어 기쁘다”며, “이번 파트너십을 통해 롯데 유통군이 그로서리 경쟁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고 대한민국 ‘그로서리 1번지’로 도약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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