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둘러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간 갈등이 재점화될 조짐이다.

당초 여야가 박병석 국회의장의 중재안에 극적으로 합의했으나, 각 당내 반발기류가 곳곳에서 표출된데 이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사실상 반대' 입장을 피력하면서 여야간 합의가 백지화 위기에 직면한 모양새다. 국민의힘은 '재논의' 방향으로 급선회한 반면, 민주당에선 '원안 처리' 카드까지 만지작거리면서 정국이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국민의힘은 25일 최고위원회를 열고 여야가 합의한 '검수완박 중재안'에 대해 다시 논의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전날 이준석 대표가 재검토를 거론한 것을 시작으로 윤 당선인 또한 "정치권 전체가 깊이 고민하고 중지를 모아달라"고 우회적인 우려를 내비쳤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중재안을 수용한 당사자인 권성동 원내대표는 "선거범죄와 공직자 범죄에 대해서는 국민들의 뜻이 모일 수 있도록 여야가 머리를 맞대서 재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당장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인이 수사받기 싫어 담합한 것 아니냐는 여론이 많다. 민주당도 열린 마음으로 재 논의에 응해달라"고 촉구했다.

앞서 여야는 지난 22일 박 의장의 중재로 검찰의 6대 범죄 수사권 가운데 '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는 삭제하고 '부패·경제'만 한시적으로 남기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합의안을 나란히 수용했다. 갈등이 가까스로 봉합된 지 사흘 만에 파기 가능성이 제기된 셈이다.

민주당은 즉각 반발에 나섰다. 국민의힘이 '오락가락 말바꾸기' 식으로 합의안을 취급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예정대로 검찰 개혁 법안 처리를 강행하겠다는 강경한 입장도 나온다.

윤호중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여야 합의를 파기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며 "국민의힘이 합의를 파기하는 즉시 검찰개혁 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상호 의원도 이날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오늘 최고위에서 실제로 이준석 대표의 말대로 합의안이 뒤집어지면, 이 정국은 뭐 거의 끝장난다고 봐야 된다"고 우려했다. 이어 "(이 대표의 말이) 현실화되면, 소위 권 원내대표의 지위가 사실상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고, 의원총회 자체도 무력화되는 것"이라며 "당 대표가 의총 결과를 무력화할 수 있다고 해석된다면 상당히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고 꼬집기도 했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이번 재논의 요구를 계기로 애초 발의한 '검수완박 원안'을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도 흘러나온다. 원안은 검찰의 직무에서 6대 범죄 수사권을 즉시 이관하고 수사 개시 권한 또한 삭제하는 내용이 담겼다. 정청래 의원은 이날 박 의장에게 면담을 신청하면서 "국민의힘의 재논의 요청은 사실상 국회의장의 중재안 합의를 깼다고 생각한다"며 "그렇다면 민주당의 원안을 즉시 처리해줄 것을 요청 드리러 왔다"고 했다.

다만 중재안 마련의 당사자인 박 의장은 해당 사항에 대해 상황을 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민의힘의 '재논의' 결정에 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말을 아낄 때"라며 "더 이상의 의견 피력은 안 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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