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탈출했던 여자 태권도 선수, 난민 최초 패럴림픽 메달 따내
아프간 탈출했던 여자 태권도 선수, 난민 최초 패럴림픽 메달 따내
3년 전 도쿄 패럴림픽 출전을 위해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가니스탄을 탈출했던 자키아 쿠다다디(26)가 파리 패럴림픽 태권도 동메달을 따냈다. 난민팀 선수가 패럴림픽 메달을 획득한 것은 최초다.
쿠다다디는 29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파리 패럴림픽 태권도 여자 K44(상지장애) 47kg급 16강전에서 릴리스벳 로드리게즈 리베로(28·쿠바)에게 21대11 승리를 거뒀다. 8강에선 지요다콘 이사코바(26·우즈베키스탄)에게 3대4로 아깝게 패했지만, 패자부활전에서 누르시한 에킨시(36·튀르키예)를 9대1로 이겼다. 경기에 나설 때마다 쿠다다디는 프랑스 관중의 열렬한 응원을 받았다. 동메달결정전 상대인 나오우알 라리프(26·모로코)가 부상으로 기권하면서 쿠다다디는 동메달을 확정했다.
쿠다다디는 하비 니아레(31·프랑스) 코치와 함께 패럴림픽 로고가 새겨진 난민팀 깃발을 들고 매트를 돌며 기뻐했다. 2016 리우 올림픽 태권도 은메달리스트인 니아레 코치는 쿠다다디를 번쩍 들어 빙빙 돌리기도 했다. 쿠다다디는 “나에게 이 메달은 꿈이다. 오늘 나는 꿈속에 있다”고 했다. 니아레 코치는 “훈련 과정이 힘들었고 부상도 많았지만 쿠다다디는 결코 목표를 잊지 않았다”고 했다.
쿠다다디는 왼팔꿈치 아래가 없는 선천성 장애를 갖고 태어났다. 2021년 도쿄 패럴림픽에 아프가니스탄 대표로 출전할 예정이었으나, 탈레반이 수도 카불을 장악하면서 국내 정세가 극도로 불안해졌고 공항이 마비됐다. 결국 아프가니스탄 패럴림픽위원회가 도쿄 패럴림픽 조직위원회에 불참을 통보하자, 쿠다다디는 영상을 통해 도움을 절박하게 호소했다. 이에 여러 나라 정부와 단체가 나서 그의 탈출을 도왔고, 그는 극적으로 도쿄 패럴림픽 무대를 밟았다.
당시 쿠다다디는 1승도 거두지 못했지만, 아프가니스탄 국기를 들고 폐회식에 참석했다. 이후 프랑스로 건너가 훈련하면서 지난해 유러피언 파라 챔피언십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쿠다다디는 “여기에 이르기까지 아주 많은 일들을 겪었다”며 “이 메달은 아프가니스탄의 모든 여성과 세계 모든 난민들을 위한 것이다. 언젠가 내 조국에 자유가 있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태권도는 내 삶에 마술과도 같다. 나를 구해줬고, 태권도를 하지 않았다면 누구도 나를 몰랐을 것”이라며 “내 인생의 모든 것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최수현 기자 paul@chosun.com파리=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