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부정채용해 정부 보조금 인건비 타낸 체육회장 벌금형
울산지법 "면접도 없이 채용…국가재정 부실과 도덕적 해이 초래"
[연합뉴스 자료사진]
(울산=연합뉴스) 김근주 기자 = 자기 가족을 정부 사업 수행 인력으로 부정 채용해 국가보조금 등 인건비를 타낸 울산 모 체육회 회장에게 벌금형이 선고됐다.
울산지법 형사9단독 이주황 판사는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울산 모 체육회 회장 A씨에게 벌금 700만원, 전 임원 B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각각 선고했다고 25일 밝혔다.
이 체육회는 2022년 3월 청소년에게 신체건강증진서비스를 제공하는 보건복지부 주관 청년사회서비스사업단에 선정됐다.
이 사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청소년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다른 인력 감독과 멘토 업무를 담당할 슈퍼바이저(관리자)를 채용해야 했다.
A씨와 B씨는 이 슈퍼바이저 채용 공고를 하면서 관련 규정 그대로 자격 조건을 공고하지 않고, '박사에 준하는 자' 등 임의로 채용 조건을 붙여서 공고했다.
결국 이 조건에 맞는 C씨가 채용됐는데, C씨는 A씨 가족이었다.
특히, C씨는 울산이 아닌 다른 지역 한 대학에서 조교와 강사로 일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 업무를 제대로 맡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C씨는 실제 이 사업 슈퍼바이저로 채용된 이후 관리 대상자들과 별다른 면담이나 상담을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데도 체육회 측은 C씨가 주 40시간 업무를 한 것처럼 가장해 2022년 5월부터 10월까지 울산시로부터 C씨 인건비 총 1천800여만원(국비 70%, 지방보조금 30%)을 타냈다.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들은 C씨가 재택근무 형태로 일을 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슈퍼바이저 주된 업무가 상담과 조언 등인 점을 고려하면 재택근무로 수행하기 쉽지 않을뿐더러, 체육회 측이 실제 C씨가 재택근무를 했는지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C씨를 채용하면서 면접 절차도 거치지 않았다"며 "C씨가 슈퍼바이저 역할을 수행하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채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이런 범행은 국가재정 부실과 도덕적 해이를 초래해 결국 국민 부담을 가중한다는 점에서 죄질이 좋지 않다"며 "다만, 편취 금액이 1천800만원 정도이고, 피고인 A씨가 해당 금액 전부를 공탁한 점을 참작했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범행을 주도하지는 않은 점 등을 고려해 C씨에 대해선 선고 유예 결정을 내렸다.
선고유예란 비교적 가벼운 범죄를 저질렀을 때 일정 기간 형의 선고를 유예했다가 이 기간이 지나면 처벌하지 않는 판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