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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체육단체 임원, 지도자월급 10% 상납 요구…비하 발언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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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윤리센터, 조사 거쳐 징계 요구…서울시장애인육상연맹은 무시

연맹 임원 징계 요구 실효성 논란…윤리센터 징계 묵살하면 그만

장애인체전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없음.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문화체육관광부가 최근 체육 단체들의 운영 실태를 살펴보기 위해 조사단을 꾸린 가운데, 한 장애인체육 단체의 고위 임원이 장애인 지도자에게 월급 일부를 상납하도록 강요하고 장애인 비하 발언을 하는 등 인권 침해를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피해 신고를 받은 스포츠윤리센터는 조사 과정을 거쳐 해당 사실을 확인한 뒤 징계를 요구했으나, 해당 단체는 어떠한 징계도 내리지 않고 사건을 종결했다.

단체의 상위 기구인 서울시장애인체육회도 신고를 접수한 뒤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았다. 오히려 해당 임원을 전국대회 참가 선수단 임원으로 승인하는 등 2차 피해를 방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 서울시장애인육상연맹에 무슨 일이 일어났나

20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시장애인육상연맹 임원 A씨는 2017년 한 장애인 육상 지도자에게 월급의 10%를 상납하도록 요구한 것을 시작으로 다양한 방법으로 금품을 요구했다.

인권침해 행위도 있었다.

A씨는 다친 장애인 선수에게 대회 출전을 강요하고 폭언했다.

또한 제출 완료된 대회 참가 신청서를 반려한 뒤 개별적으로 다시 작성해 제출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스포츠윤리센터는 "혼자서 신청서를 작성하기 어려운 장애인 선수에게 대회 요강에 없는 방식으로 3시간 안에 참가 신청서를 제출하라고 강요했다"며 "이는 지위를 이용해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준 괴롭힘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A씨는 장애인 지도자를 가리켜 "휠체어를 타고 무슨 선수를 지도하느냐"라는 등 장애인 비하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피해자들은 지난해 관련 내용을 스포츠윤리센터에 신고했고, 센터는 조사 과정을 거쳐 '금품수수, 폭력(언어폭력), 비위 사건에 해당하는 징계 사유'라고 결론짓고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연맹이 A씨를 징계하도록 요구할 것을 요청했다.

◇ 서울시장애인육상연맹, '징계 없음' 종결…윤리센터 징계 요구안 묵살

서울시장애인육상연맹은 스포츠윤리센터의 징계 요구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난 6월 첫 자체 법제상벌위원회에서 보류 조치를 했고, 지난 달 두 번째 법제상벌위원회에서 '징계 없음'으로 결론지었다. 그리고 연맹 이사회 역시 '징계 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했다.

한 장애인체육계 관계자는 "A씨는 서울시장애인육상연맹에 막대한 영향력을 가진 인물"이라며 "예견된 결과였다"고 전했다.

연맹은 A씨에게 아무런 징계를 내리지 않은 것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연합뉴스는 연맹 사무실과 B회장에게 여러 차례 통화를 시도하고 문자메시지로 사실관계를 질의했으나 응답하지 않았다.

A씨의 행위를 조사한 스포츠윤리센터는 서울시장애인육상연맹의 징계 요구 묵살에 관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스포츠윤리센터 관계자는 "현재 센터의 징계 권고안은 강제성이 없다"며 "현실적으로 뾰족한 방법이 없는 답답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스포츠윤리센터는 2019년 1월 체육계 성폭력 사건을 계기로 인권침해와 비리를 근본적으로 개선하자는 취지에서 설립된 문체부 산하 기관이다.

신고 접수를 하면 자체 조사관들이 해당 사건을 조사한 뒤 징계·감사 요청, 수사 의뢰 등의 여부를 결정한다.

그러나 스포츠윤리센터의 징계 권고안은 강제성이 없어 실효성 논란이 인다.

특히 각 체육단체와 상위기구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임원급 인사에 관한 징계 요구는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드물다.

사건의 당사자인 A씨는 서울시장애인육상연맹의 징계를 총괄하는 법제상벌위원장을 겸직하고 있다.

◇ 상위기구 서울시장애인체육회, 신고받고도 선수단 임원으로 승인…2차 피해 방임 논란

피해자들은 서울시장애인육상연맹의 상위 기구인 서울시장애인체육회에도 신고 접수를 했다.

스포츠윤리센터에 제출했던 관련 증거와 자료를 모아 피해를 호소했다.

그러나 서울시장애인체육회는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았다.

오히려 A씨를 전국대회 참가 선수단 임원으로 두 차례나 승인하기도 했다.

A씨에게 피해를 봤다고 호소하는 C씨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관련 내용을 지난해 서울시장애인체육회에 신고했으나 어떤 도움도 받지 못했다"며 "오히려 A씨는 임원으로 각종 대회에 정상적으로 참가했다. 서울시장애인체육회가 2차 피해를 방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시장애인체육회는 서울시장애인육상연맹이 A씨에게 징계를 내리지 않은 것과 관련한 질의에 "서울시장애인육상연맹에 법제상벌위원회 회의록 등 관련 서류 제출을 요구했으나 응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인권 침해 신고를 받고도 A씨를 전국대회 선수단 임원으로 승인한 것에 관해선 "신고 접수를 하더라도 대회 참가 제한을 할 수 있는 관련 규정, 지침이 없다"며 "서울시장애인육상연맹에서 추천하면 승인할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일각에선 서울시장애인체육회가 서울시장애인육상연맹을 감시, 감독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지적도 나온다.

각 종목 단체가 상위기구에 큰 영향력을 미치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시장애인육상연맹의 B회장은 현재 상위기구인 서울장애인체육회 이사를 겸직하고 있다.

C씨는 "분명한 인권침해 행위가 이뤄졌는데도 감시, 감독 기관이 소극적인 행태를 보여 무력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서울시장애인체육회를 지도, 감독하는 서울시에도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있다.

서울시 체육진흥과 관계자는 "관련 신고를 접수한 뒤 서울시장애인체육회에 적절한 조처를 하라고 안내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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