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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승마 황영식 "함께한 지 이제 1년이지만…델몬테야,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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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올림픽 예선서 발길 돌렸지만…"후회 없는 연기 펼쳤다"

"승마, 스포츠보다는 예술…말을 행복하게 해줄 방법 알아야"

황영식과 델몬테

[AFP=연합뉴스]

(파리=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한국 승마의 대표 기수 황영식(대한승마협회)은 2024 파리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순간으로 '파트너와 이별'을 꼽았다.

황영식과 함께 마장마술 연기를 준비했던 말 블루베리 드림이 약 1년 전 갑작스럽게 병을 얻었다. 두 차례 수술까지 했지만 결국 하늘로 떠났다.

블루베리 드림을 살리려고 애썼던 황영식은 미어진 마음을 달랠 틈도 없이 새로운 파트너 말을 구해야 하는 숙제를 받았다.

일생의 목표였던 올림픽 출전을 1년가량 앞두고 새로운 말과 다시 처음부터 호흡을 맞춰야 하는 난관이 따랐다. 그때 황영식이 찾은 말이 바로 델몬테였다.

델몬테와 다시 시작한 황영식은 지난 30일(한국시간) 파리 근교 베르사유 궁전의 에투알 광장에 마련된 특설 경기장에서 2024 파리 올림픽 승마 마장마술 예선 경기를 치렀다.

70.000%를 기록한 황영식은 결선행은 실패했다. 6개 조에서 각 조 1, 2위와 차점자 6명까지 총 18명이 결선에 해당하는 프리스타일에 나서는데, C조 5위를 한 황영식은 이에 들지 못했다.

그래도 델몬테와 경기장을 누비는 황영식의 표정은 밝았다. 준비한 연기를 마친 황영식은 델몬테의 목을 몇 차례 쓰다듬으며 격려한 후 홀가분한 표정으로 경기장을 벗어났다.

베르사유 궁전을 배경으로 연기하는 황영식과 델몬테

[AFP=연합뉴스]

예선에서 발길을 돌렸지만 황영식이 웃는 이유가 있다.

2010 광저우,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연속으로 우승한 황영식은 10년 전부터 우리나라 마장마술의 대표주자로 꼽혀 왔다. 이후 그는 독일로 넘어가 승마의 '본산' 유럽의 선수들과 경쟁해왔다.

황영식은 예선 경기 직후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이번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정말 즐기면서 말을 탔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 지금까지 배운 걸 모두 동원해 후회 없는 경기를 했다"고 말했다.

황영식의 70.000%는 유럽 선수들은 심심치 않게 내지만 한국 승마에서는 좀처럼 나오지 않는 기록이다.

황영식은 "파리 올림픽까지 나와 델몬테와 맞추는 시간이 더 있어야 했다. 그래서 올림픽 무대에서 70.000%를 받았다는 게 뜻깊다"며 "호흡을 맞춘 기간에 비하면 우리가 좋은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약 1년 만에 자신의 원하는 수준으로 기량이 올라와 준 델몬테가 고맙고 기특하다고 한다.

생애 처음으로 올림픽 무대에 나선 황영식은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말과의 관계와 관련해 시야가 넓어졌다고 한다.

마장마술 경기가 열리기에 앞서 올림픽에서만 금메달 3개를 따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던 영국 승마영웅 샬럿 뒤자르댕의 말 학대 논란이 불거졌다.

2020년 학생 선수에게 승마를 가르치면서 말이 다리를 높게 들어 올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채찍으로 말을 학대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뒤자르댕은 파리 올림픽에서 하차했다.

황영식과 델몬테

[로이터=연합뉴스]

황영식은 "그 (학대) 영상을 보면서 여러 생각이 들었다. 나도 옛날에 말과 많이 싸우기도 했다. 이번 올림픽을 통해 말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어떻게 챙겨줘야 하는지 더 많이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최근 동물권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동물 보호 여론이 강해지면서 국제 승마계도 종목 존속과 관련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유럽 생활을 통해 이런 흐름을 아는 황영식은 "한국은 승마를 스포츠라고 생각하는데, 여기서 오래 지내니까 예술 쪽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며 "말을 열심히 타고, 운동을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말을 행복하게 해줄 방법이 뭔지를 알아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분 좋게 첫 번째 올림픽 무대 도전을 마친 황영식은 특히 KCC 글라스의 정몽익 회장에게 감사를 전했다.

황영식은 "이제까지 언론에 이야기하지는 않았는데 인천 아시안게임 때부터 KCC 글라스 정 회장님께서 도와주셨다. 그분 덕에 파리 올림픽까지 올 수 있었다"며 "아버지처럼 나를 믿어주시고,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을 지원해주셨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승마계가 최근 많이 침체하고, 좋지 않은 편견이 아직 떨어지지 않고 있는데, 승마라는 종목을 정말 사랑하는 분들도 많다. 긍정적으로 바라봐주시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황영식과 델몬테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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