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우크라이나 국회의원 겸 레슬링 선수 "러시아 선수와 악수 안해"
도쿄 올림픽 우승자인 국민 영웅 벨레니우크의 각오
[EPA=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우크라이나 최고평의회 의원(국회의원)이자 레슬링 국가대표인 즈한 벨레니우크(33)가 2024 파리 올림픽에서 러시아, 벨라루스 선수들과는 악수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벨레니우크는 21일(한국시간) 영국 가디언에 실린 인터뷰에서 "전쟁을 지지하는 선수들에게 존경심을 표현할 순 없다"며 "러시아는 매일 우리를 죽이려고 한다. (러시아 선수들과) 악수는 못 한다"고 말했다.
벨레니우크는 우크라이나의 상징적인 선수다.
그는 르완다 출신 항공기 조종사 아버지와 우크라이나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이다.
어린 시절은 불우했다. 아버지가 르완다 내전으로 사망해 어머니와 단둘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외곽에서 살았다.
벨레니우크는 "수많은 인종차별을 당하며 힘들게 지냈다"고 말했다.
그는 운동으로 힘든 시기를 이겨냈다.
2015년과 2019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벨레니우크는 2021년에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레슬링 남자 그레코로만형 87㎏급에서 금메달을 따며 선수 생활의 정점을 찍었다.
인종차별 피해자였던 벨레니우크는 국민 영웅으로 성장했다.
2019년 7월에 열린 총선에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지지하는 정당 '국민의 종' 소속으로 국회에 입성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국회에 흑백 혼혈인이 입성한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가 정치인으로 인생 2막을 시작한 뒤 조국은 격변기를 맞았다. 2022년 러시아의 침공 사태가 벌어졌다.
벨레니우크는 운동을 다시 시작했다. 국민들에게 희망을 줘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는 "대표팀 감독님은 전시에도 스포츠 활동이 이어져야 한다고 했다"며 "대통령도 같은 생각이었다. 운동을 본격적으로 다시 시작한 계기"라고 말했다.
벨레니우크는 국민을 위해 훈련하고, 경기를 치른다고 생각했다.
목표도 확고해졌다.
그는 "러시아의 침공으로 수많은 국가대표 동료가 숨졌다"라며 "파리 올림픽에서 좋은 결과를 얻어 러시아의 만행과 우크라이나의 상황에 관해 말할 기회를 잡고 싶다. 이번 대회의 목표"라고 말했다.
물론 부담감도 크다.
벨레니우크가 출전하는 남자 그레코로만형 87㎏급엔 2021년 유럽선수권대회 동메달리스트인 러시아 출신 개인중립선수(AIN) 밀라트 알리르자예프가 출전할 수도 있다.
벨레니우크가 알리르자예프를 꺾으면 우크라이나 국민들에게 큰 기쁨을 주겠지만, 반대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벨레니우크는 이에 관해 "이길 준비가 됐다면 러시아 선수들과 경기를 피할 이유는 없다"며 "다만 감정을 조절하지 못한다면 어떤 선수도 꺾지 못할 것이다. 오로지 경기에만 집중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