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팔레티 나폴리 감독이 먼저 물었습니다.

“키엘리니, 김민재 봤어요? 이 선수는 괴물입니다. 우리가 위험한 상황에 몰리면 두 배의 능력을 발휘합니다. 아주 강합니다.”

유벤투스에서 뛰다 지금은 미국 LA갤럭시에 몸담고 있는 수비수 키엘리니는 화답했습니다.

"정말 인상 깊어요. 그는 놀라운 자질을 가지고 있어요,“

이탈리아 언론이 보도한 스팔레티 감독과 키엘리니의 대화

이탈리아 언론은 이 대화를 있는 그대로 내걸었습니다. 나폴리 스팔레티 감독이 레인저스와 유럽 챔피언스리그 경기(3대0 승)를 마친 뒤 '스카이 스포츠' 해설가로 나선 키엘리니와 주고받은 내용입니다.

이탈리아 대표로 수비를 이끌던 키엘리니는 앞서 경기를 보면서 김민재에 대한 찬사를 잊지 않았죠.

“김민재란 이름을 알지 못했습니다. 쿨리발리를 대신한 김민재는 여러 능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놀랐습니다.”

한때 이탈리아 대표였던 콜로바티도 김민재를 칭찬했습니다. 과거 나폴리에서 뛴 수비수 부루스콜로티와 지난 여름 나폴리를 떠난 쿨리발리를 섞어놓은 것 같다고.

더 놀라운 건 레인저스전의 김민재가 그라운드에 새겨놓은 숫자입니다. 어떻게 이런 수치가 가능할까요. 패스 성공률이 99%입니다. 90분을 뛰면서 96번 동료에게 공을 보냈고, 그중 성공적으로 전달한 게 95번입니다. 수비수가 이렇습니다.

경기를 꼼꼼히 되돌려보면 그렇다고 그 패스가 안전하게 등 뒤의 골키퍼에게 공을 내주고, 옆에 선 수비수에게 쉽게 차주는 너무 뻔한 패스만 있던 게 아닙니다. 레이전스전을 살펴보면 수비에서 급하게 길게 내찰 때도 동료의 발밑으로 보내주는 패스가 여럿이었습니다. 전반 7분 왼쪽 진영을 파고들다 반대편을 향해 방향 전환을 한 패스도 정확했고, 전반 33분 중앙 수비를 맡다 역습으로 돌려놓는 직선 패스도 훌륭했습니다.

이것뿐일까요. 수비수로서 기본이 돼야 할 장면도 줄지었습니다. 전반 17분 상대 오른쪽 돌파를 막아서며 제지한 장면은 김민재가 얼마나 빠른 선수인지를 보여줬고, 마찬가지로 전반 25분에도 상대 공격의 뒷 공간 침투를 막아섰습니다.

'공격적 수비'라는 게 얼마나 멋진 말인지 김민재는 그걸 그라운드 위에 펼쳐놓고 있습니다. 뒤로 물러서며 상대를 저지하는 수비가 아니라 앞으로 나가서며 상대 공격을 미리 끊고 지우는 수비.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그 공을 잡아 역습으로 매끄럽게 연결까지 합니다. 축구를 할 줄 아는 수비수라는 거죠. 그러다 보니 수비와 공격도 모두 매끄럽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해줍니다. 스팔레티 감독은 그런 김민재의 모습에 칭찬하고, 키엘리니에게 자랑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수비수가 유럽 무대에 진출하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성취라 생각했지만, 김민재는 수비 하나로 축구 역사를 쥐락펴락했던 이탈리아 무대에 수비수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리의 애국적(?)인 응원과 칭찬을 떠나 이탈리아 축구가 인정하는 수비수. 김민재에게 10월은 하루하루가 어느 가을 멋진 날이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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